저는 처음 이 공간에 들어섰을 때 육중한 강철판 테이블과 철조각 작품들의 아우라에 압도되고 말았습니다. 한편으로는 과연 이 공간에 작은 테라리움 작품과 식물 그림을 전시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든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명한 아티스트의 공간에서 첫 전시를 한다는 건 새내기 작가에게는 영광 그 자체였습니다.

<녹색소음>전에 이어 오픈한 <그리고, 그린>전의 전시 공간은 일산에 위치한 코모리 메디에이션입니다. 이 공간은 코미디언 서평가 남정미 님이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철조각가 최영관 작가님의 작업공간을 갤러리로 리뉴얼한 것이지요. 

작품 설치 당일, 함께 전시하는 김윤구 테라리움 작가와 작품들을 부려놓고 관람 동선에 대해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좀처럼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보는 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일단 테이블에 올려놓자. 올려놓고 아닌 것 같으면 다시 옮기면 되지!"

이 공간에는 가로세로 약 6x2m의 강철판 테이블 2개가 놓여 있습니다. 이 테이블은 대형선박의 갑판에 쓰인 철판이라고 하니 그 육중함은 말할 필요도 없지요. 테이블에 테라리움 작품들을 올려놓으면 '미니미'가 되는 건 당연합니다. 저와 윤구 작가는 무거운 테라리움 작품을 몇 번씩 옮겨가며 배치를 해보았지만, 어디에 놓아도 규모에 압도 당하고 맙니다. 

최영관 작가님의 강철 조각 작품들이 공간 곳곳에 놓여 있으니, 여리디 여린 유리병 속 식물들이 존재감을 드러낼 방법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때, 테이블 위에 올려진 작품 '스팀로봇'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혼자서는 단 1센티미터로 움직일 수 없는 거대한 작품입니다.

"아예 로봇의 손 안에 원형 테라리움을 놓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