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녹색소음>전 & <테라리움 잘 만드는 법>의 작가와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한 달간의 긴 전시 여정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작가와의 만남 진행을 맡아주신 남정미(코미디언 서평가)님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식물의 힘은 뭔가요?"

녹색 식물이 저에게 주는 치유와 힐링도 큰 힘이지만,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식물은 관계를 확장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식물 키우기라는 취미는 나만의 공간에서 혼자 식물과 교감하며 관상하는 정적인 활동이지만, 지금은 SNS를 통해 내가 키우는 식물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식물 키우기란 지극히 사적이면서 동적인 취미인 것입니다. 저에게 역시 식물이란 단순히 관상 그 이상의 의미가 되었습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제 본업으로 만난 사람들보다 식물 키우면서 만난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과장을 조금 섞은 말이지만 틀린 말도 아닙니다. 적어도 식물이 맺어준 관계는 본업에서 맺은 관계보다 깊은 연대감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식물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많은 식물집사님들을 만났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영상 촬영을 한 이후에는 어느덧 식물 크루로서 도움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식물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지요.

저는 전형적인 내향인입니다. (못 믿으시겠지만.) 지금도 어머니는 제가 유튜브 방송을 하는 모습을 보면 희한하다는 듯이 말씀하시지요. 

"아니, 쟤가 어디 가서 말이나 제대로 할까 걱정했는데 이게 뭔 일이래니?"

저는 여전히 사람 만나는 일보다 '혼자 노는 일'을 더 좋아하지만, 적어도 식물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외향인으로 돌변합니다. 식물을 잘 키우는 분이 있다면 카메라를 들고 어디든 달려갑니다. 그리고 촬영을 하기 전에 1시간 정도 그와 식물 수다를 풀어내기 시작하지요. 촬영은 하기도 전에 이미 친구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어떤 분은 저를 보고 '이 사람이 촬영은 언제 하려고 수다만 떨고 있네'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저의 모습을 보면 식물이 힘이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밖에요. 

내일이면 전시도 막을 내립니다. 전시는 끝이 나지만, 식물집사로서는 새 시즌이 열린 느낌입니다. 더 많은 분들을 만나고 더 많이 연대하려고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식물을 즐기고 사랑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합니다. 이제 그분들을 찾아나설 차례가 되었습니다.  

전시에 와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 

아피스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