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김윤구 테라리움 작가의 2인전 <녹색소음>전이 중반에 접어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준비한 첫 전시이기에 기대반 걱정반이었지요.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방문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힘들지만 보람이 있습니다. 

전시 오픈 전, 지인분들께 소식을 알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셨는데요. 그중 현직 미술관 큐레이터분도 있었습니다. 그분께서는 축하의 메시지와 함께 이런 덕담을 해주셨습니다. 

"이번 전시가 많은 분들을 만나는 소중한 기회가 돼면 좋겠네요."

사실 이 덕담은 조금은 상투적인 인사치레쯤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전시를 오픈하고 보니 지인분이 하신 말씀을 단박에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요. 전시라는 것은 나의 작품을 외부에 소개하고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전시를 핑계로 그간 관계를 맺어온 이들과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느낌으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몇 년 간 볼 수 없던 후배에서부터 아이들 학교의 학부모와 선생님들, 그리고 식물을 매개로 관계를 맺은 크루들, 그리고 소식을 듣고 조용히 들렀다 흔적은 남기고 가신 분들까지. 전시라는 이벤트는 저와 직간접적으로 관계 맺고 있는 이들과의 소통의 끈을 유지하는 창구와 같았습니다. 

또한 저의 작품이 타인의 시선에는 어떻게 보여지고 어떤 느낌을 받게되는지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작업의 연속입니다. 아이패드의 화면을 700% 확대한 뒤 10픽셀(약 0.8mm)의 펜슬 두께로 점 찍듯 하나하나 찍어나가며 그림을 그리다보면, 시쳇말로 현타가 옵니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가 입에서 저절로 튀어나오지요. 작품 하나에 적게는 일주일에서 한달 가까이 걸리는 작업을 마치고 나면 뿌듯하면서도 외로워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작품을 전시한다는 것은 침잠했던 시간들의 보상인지 모릅니다. 그 보상은 사람에게서 받습니다.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전시장에 오겠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 전시장 앞에서 그를 맞이하는 기분은, 호프집에서 약속을 잡고 만나는 그것과는 다릅니다.

그가 전시장 문앞에 들어설 때 온기가 함께 밀려들어옵니다. 전시장이 환해집니다. 그 온기는 그가 전시장을 떠난 후에도 한참 떠돌아다니며 공간의 구석구석을 채워줍니다. 찾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 

아피스토 드림.

식물 일러스트레이터 신주현(아피스토)과 테라리움 아티스트 김윤구(구의정원)의 2인전 <녹색소음>전이 5월 12일부터 6월 6일까지 갤러리 지지향에서 한 달 간 열립니다. 이번 전시에서 아피스토의 식물 일러스트 40여 점과 구의정원의 테라리움 작품 8점이 만났습니다.

두 작가는 "열대우림의 식물"이라는 주제 아래 각각 열대식물 세밀화와 테라리움 작업을 선보입니다.

구의정원은 식물 대이동의 시초인 워디언 케이스를, 현재 우리가 즐기는 작은 자연 테라리움을 그만의 관점에서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울창한 열대우림을 연상시키는 대형 테라리움 작품에 자연의 한 조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축소된 자연을 보여주고 있으며, 아피스토는 밀도 높은 디지털 세밀화에 수채화 감성을 덧입혀 독특한 빈티지 스타일의 작품 세계를 펼쳐내며, 열대관엽식물 배경 위에 18~19세기 영미권의 빈티지 자동차와 한국의 전통장식을 오브제로 결합한 작품은 선보입니다. 

아피스토와 구의정원은 살아 있는 식물과 그 식물을 그린 작품이 만났다는 점에서 낯선 조합일 수 있지만 절묘한 어울림으로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