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요즘 근 한 달 가까이 사무실 청소 중입니다. 

이사 온 지 10년 만에 대청소입니다. 

묵은 짐도 많고, 그 사이 돌보지 못해 죽은 식물도 생겼습니다. 

어항용품도 정리하다보니 이젠 쓰지 않는 어항용히터가 12개나 나옵니다.  

쭈구리고 앉아 물품을 하나하나 세척하며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새어나왔습니다. 

"미쳤네."

생각해보면 항상 그랬던 것 같습니다. 미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것들.

누군가 시키면 하기 싫고, 시키지 않는 것만 골라서 하는 그런 거요.

풀레터도 벌써 50회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꼬박 2년째입니다. 

글쓰기를 꾸준히 한다는 건 스스로에게도 꽤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마감 지켜가며 써오다보니 책도 내게 되었고요. 

풀레터를 보내고 개인적으로 잘 읽었다고 연락해주는 분들 덕에

지금까지 써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레터라는 형식이 SNS보다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덜해서 

제대로 쓰고 있는 건지, 이렇게 하고 있는 게 맞는지 생각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한 마감보다 늦더라도 꾸준히 써보려고 합니다. 

다만 지금까지는 레터의 형식이었다면, 앞으로의 레터는 다이어리에 가까운 예사말로 써볼까 합니다. 종결어미가 바뀐다는 것은 단순히 표현만 바뀌는 것은 아닐 겁니다. 

형식이 변하면 내용도 변하겠지요. 어쩌면 더 내밀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달 전, 실온에서 키우던 식물 몇 종을 테라리움으로 옮겼습니다. 

테라리움은 습도가 높아 낮은 습도에서 살던 식물은

다른 환경으로 옮길 때보다 좀더 혹독하게 견뎌내야 합니다. 

오늘 다시 들여다보니, 고사리의 새 잎은

높은 습도에 맞춰 기존의 잎은 버리고 더 작은 잎을 내고 있었습니다.

호말로메나는 낮은 광량에 맞춰 빨간 잎 대신 녹색 잎을 펴냅니다.

깃털이끼는 노지에서 장마를 보낸 탓에 빛깔을 잃고 있었지만,

테라리움으로 와서는 새 잎들으 연녹색의 제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처럼 같은 식물이라도 형식이 바뀌면 내용이 바뀝니다. 

저의 글도 새 부대 담아오겠습니다. 

불쑥 찾아온 가을 만끽하세요!

아피스토 드림.  

 

새 녹색 잎을 내는 호말로메나  

작은 잎을 내는 짜보 고사리